시리즈 A 프로그램을 파헤쳐보다

해당 글은 500스타트업코리아 팀이 국내에서 운영하는 시리즈 A 프로그램의 리드멘토로 참여한 박신영 멘토가 쓴 글을 번역한 것 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필자는 좋은 기회로 6월부터 7월까지 500스타트업코리아의 시리즈 A 프로그램 (이하 “SAP”)에 리드 멘토로 참여하게 되었다. 12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다 두 달간 서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엘리베이터, 도어락, 자동차, 분리수거 장치 등 말을 하는 기계들과 미리 예약 하지 않아도 45분 만에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의료제도를 경험하면서 대한민국은 살기 편한 곳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SAP 킥오프 당시 찍은 사진

SAP는 다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들과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들이 주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집중했다면, SAP는 사전에 프로덕트마켓핏 (Product Market Fit, 즉 제품과 시장의 합)을 어느정도 갖춘 성장 단계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올바른 마인드셋과 과정 그리고 목표설정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필자 본인은 프로그램 멘토링을 맡고 있던 본업과 병행해야 했기에 하루에 16시간 이상씩 일하며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스타트업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을 돕겠다는 순수한 일념 하나로 그들을 만나 고민을 들어주고 목표와 해결책을 함께 구상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즐거웠다. 둘째로 실리콘밸리를 포함하여 루마니아, 인도네시아, 불가리아 등 다양한 지역 출신의 각 분야 (유료 광고, 팀 관리, 최적화 그리고 SEO) 전문가 멘토들을 초대하여 그들과 함께 일한 경험은 매우 놀라웠다.    시리즈 A 프로그램은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집중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종의 부트캠프이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마치 학교로 돌아간 것 마냥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는 과정을 겪었다. SAP 배치 2를 정리하며 필자는 프로그램의 핵심에 대해 파헤쳐 보고자 한다. 원래 의도는 미래에 참여할 잠재적 참가자들을 위한 글을 기획했으나 쓰다보니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현재 참가자들을 위한 글이 되아버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SAP 첫번째 커뮤니티 이벤트에서 찍은 사진. 이 날은 특별히 배치 1 회사 대표들도 참석해서 프로그램 선배로서 조언을 전했다.

멘토들의 마법 같은 손길
사용자 이해하기, 제품 정의하기, 목표 설정, KPI(핵심 지표), 브레인스토밍, 실험 과정과 툴 등 방법론에 대한 교육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멘토들은 이야기를 통해 모범 사례를 활용하여 참가자들이 빠르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게 돕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색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참가자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자극을 주었다. 애초에 멘토들의 목표는 참가자들의 가치관을 뒤집어 놓는 것 이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대부분의 멘토들은 본인이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거나 자신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본 사람들이다. 이들도 참가자들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들을 고민해봤고, 같은 사람이기에 시행착오도 겪어 봤다. 멘토들은 조금 더 많은 상황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예리한 감각을 가지고 상황별로 예시나 모범 사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멘토들이 말하는 것이 항상 정답이고 모든 문제에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멘토들도 똑같이 배우는 입장이다. 모든 사람은 항상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테니까. 멘토들은 참가자들에게 실제 적용가능한 프레임워크를 보여주고 구체적인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간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회사들은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을때 프로그램 기간동안 배운 내용들을 적용하는 법을 배운다. 목표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이를 스스로 실천 하는 것이다.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워야 한다. 배움은 계속되어야 한다. 프로그램 마지막쯤에 참가자들은 멘토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기보다 스스로 답을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멘토들보다는 구글에 검색해보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다만 무엇을 검색하여 물어볼 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은 멘토 몇 명의 강의보다 프로그램을 수료한 창업자 및 참가자들이 프레임워크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멘토들의 역할은 짧은 시간 내에 참가자들이 문제를 구조화하여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고 이를 최대한 많이 연습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 이다. 결론적으로 멘토들 역시 이 세상의 모든 질문에 정답을 알려주는 요술 지팡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단지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 보여줄 뿐이다.

배치 2 회사들이 다 함께 모여서 팀 별로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세션에서 찍은 사진

10배 이상의 성장
요즘 모두가 성장(growth)을 말하다보니 매우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성장 전략 혹은 성장을 위해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파편적인 정보만으로는 나의 회사에 맞는 그로스 머신을 만들기 힘들다. 가능하더라도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머신’은 말 그대로 반복적이고 예상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결과 값을 만들어내는 기계인데 회사마다 가진 니즈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자에게 맞는 툴과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비즈니스에 적합한 그로스 머신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을 해야한다. 물론 멘토들은 한 방에 문제를 해결할 묘수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묘수에만 의존해서 두 달만에 10배 이상 성장을 거둘 수는 없다. 멘토들의 역할은 참가자들이 직접 그로스 머신을 설계하도록 도와주고 함께 시범운행을 몇 번 해주는 정도이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이 매주 그로스 미팅을 하는 주된 이유는 팀 단위로 성과를 함께 확인하고 검토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또 멘토들이 회사들에게 주당 10~20개씩 실험을 진행하도록 주문하는 것은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기간 두 달 안에 10배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다. 두 달 동안은 실험과 고객 유입, 데이터 분석 자동화 그리고 지표 트래킹을 위해 올바른 프레임워크를 적용하는 연습을 한다. 두 달이 지나고 나면 10배 성장을 위한 그로스 머신을 원활히 돌리는 수준에 도달한다. 실제로 지난 배치 1에 참가한 회사들은 10배 이상으로 성장하였다!

배치 2 회사인 코멘토, 니모 멘토와 함께 진행한 세션에서 찍힌 사진

마인드셋의 중요성

아무리 과정을 열심히 공부하고 지식을 습득하더라도 언젠가는 막힐 것이다. 이러한 위기가 없으면 더 높은 목표를 세울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한 번 해결해볼게요”이다. 회사를 집어삼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창의성과 개방성, 혁신, 그리고 팀 간의 협업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심호흡하고 잠시 쉬어가라. 정신을 맑게 정리하고 실패 경험에서 학습을 통해 다시 시도하라.

마인드셋은 가르치는데 한계가 있다. 알다시피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있지만 읽는 사람이 21번 정도 반복해서 습관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지 않다. 운동, 다이어트, 부모되기, 태도 등 모든 것들은 시도하고 학습하며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습관 형성을 빠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답은 주변에서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라. 이는 머리로 하는 정보의 전달이라기보다는 영적인 수준에서 기운을 전달받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그램에서 멘토들은 참가자들과 짧은 기간동안 정말 가깝게 지낸다. 그러므로 실패의 순간에도 함께 지켜보며 이를 보람찬 경험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초청한 엔비디아 (NVIDIA)의 프로덕트 매니저 제프 생 (Jeff Tseng) 멘토와 리더쉽에 관한 주제로 진행한 파이어사이드챗.

그렇다면 그로스 머신을 잘 만들려면 어떤 마인드셋을 갖춰야 할까? 정답은 그로스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다.

이는 어떻게 배우고 생각하며 협업하고 실행하는 것, 무엇보다 왜 일을 하는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급박한 마인드가 아닌) 여유로운 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태도와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우러나와야 한다. 전쟁통처럼 복잡한 상황 속에서 맑은 정신을 유지하고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남들에게 입증할 필요도 없다. 이는 오로지 성장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이외에 다른 사람들을 만족시키거나 그들에게 옳음을 입증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오직 사용자들을 위해 제품을 가다듬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원칙을 간과하면 안된다. 회사와 제품 그리고 소비자들을 위한 일이므로 솔직하게 진실을 밝혀도 된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참한 것이다. 누가 잘 나고 못 날 것도 없이, 모두가 가치있는 각자의 일을 하여 목표를 이뤄야 한다. 따라서 SAP는 GRIT(Growth, Resilience, Intrinsic Motivation, Tenacity), 자신감, 자발적 의지와 같은 그로스 마인드셋을 가르친다고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이 멘토들, 다른 동료 참가자들 그리고 그밖의 사람들을 통해 느끼는 것은 보이지 않는 태도이다. 마인드셋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무엇보다 대표의 마인드가 가장 중요하다. 필자가 가장 신나고 행복했던 순간은 제안한 아이디어가 최적화를 통해 좋은 성과를 냈을 때가 아닌, 다음과 같은 순간들이었다:
  • 두 명의 공동창업자들이 회사에 대해 전혀 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서로 맞춰가는 작업을 시작했다.
  • 한 회사는 내부적으로 팀 간의 갈등을 경험했다. 지금은 모든 팀들이 가치를 일치시키기 위해 팀 리더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한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두려워만 했던 경쟁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경쟁이 있다는 것이 좋은 일임을 깨달았다. 경쟁사들과 함께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안하고 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결국에 우리가 더 잘할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마인드셋 변화의 좋은 예이다.

SAP 커뮤니티 이벤트에서 찍은 단체사진

이해를 돕기 위해 책 몇 권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기 자신을 잘 챙기라는 것이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한다. 언제 휴식이 필요하고 일을 그만할지에 대한 신체 및  정신적인 한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극한에 도전하고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성장은 직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습도 마찬가지이다. 휴식하는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함께 해준 동료 및 친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며,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